[프린지빌리지_인터뷰] 움직이는 시, 낭독되는 춤_창작집단3355

seoulfringe2016-07-261265

움직이는 시, 낭독되는 춤

- [프린지 빌리지Fringe Village] 입주 아티스트 인터뷰_07. 창작집단 3355

 

 

 

창작집단 3355는 작품 정보에 그들의 공연망명바다를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.

한 공간 안에서 말과 몸과 이미지로 시가 낭독되는 퍼포먼스

()를 비롯하여 일반적으로 글을 읽는다고 하면, 속으로 조용히 읽는 묵독이나 목소리를 동반하여 읽는 낭독을 떠올리게 된다. 그렇기에 문자와 말, 곧 언어만으로 향유되던 시를 이미지와 움직임을 통해서 읽는다는 창작집단 3355의 말은, 낯설면서도 신선하게 다가온다. 문학과 영상 그리고 무용, 비슷하다면 비슷하고 다르다면 전혀 다른 이 세 영역이 어떻게 접점을 찾아 향유의 영역을 확장시켰는지, 창작집단 3355와의 대화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.



- 전강희 : 각자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린다.

 

- 허성 : 영상과 촬영을 담당하고 있다. 

 

- 김은석 : 나도 영상을 담당하고 있다.

 

- 정서현 : 3355에 현장학습 온 고등학생이다. 코피노 대안학교를 다니고 있고, 음악을 좋아하는 싱어송라이터다.

 

- 문문 : 3355문문이다.

 

- 김수진 : 안무를 맡고 있다. 현대무용을 하고 있다.

 

- 웡가 : 내가 여기로 인턴쉽을 오게 된 이유가 그림을 그리는 걸 좋아하고 계속 그걸로 먹고 살고 싶기 때문이다. 계속 고민만 할 게 아니라 현장 예술가들 이야기를 들어보자는 취지로 오게 되었다. 예술가가 된 계기를 듣고 싶다.


- 문문 : 우리는 계기, 특별한 경험이 멤버들 모두 없다. 우연찮게도 이미 청소년, 스무 살 되는 시점부터 전공 자체가 예술학과였고, 그런 생각만 하면서 계속 길을 갔던 사람들이었다. 그런데 그 안에서 어떤 갑갑함을 느껴서 그걸 넘어서서 사람들을 만나려고 했던 케이스다. 청소년 시절부터 뭘 하고 싶다는 게 뚜렷한 사람들이었다. 과 자체도 예술 작업을 하고 그런 걸 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과에 갔다. 하지만 진학을 한 이후에도 한계를 많이 느꼈다. 여러 장르의 작업자들이 만난 계기는, 웡가처럼 어떤 페스티벌에서 만나거나 다른 작업을 하면서 , 나랑 맞는데,’ 하고 만나거나 술자리에서 만나는 등등의 방식으로 만나게 되었다.

 

- 웡가 : 대학 진학에 대한 고민은 없었나?


- 허성 : 학교 다니는 거 말고 다른 생각은 해보지 못했다. 학교 다니는 게 좋은 선택이었는지 잘 알 수 없었다.


- 문문 : 글 쓰는 거 말고는 해보고 싶은 게 없었다. 대학에 가서 사람을 만나고 싶다, 이게 최대한의 상상력이었다.


- 김은석 : 고등학교 때부터 하고 싶었던 것이 분명했기 때문에 일반 대학원에서 동아리 활동을 했다. 과 자체가 중요하지 않았고, 하고 싶었던 게 있었다.


- 문문 : 옳았다, 좋았다, 나빴다, 보다 순수하게 등록금 부분에서도 추천해주고 싶은 건 아니다. 나는 아직까지 학자금 대출을 갚고 있다. 그때는 다른 길을 몰랐다. 다르게 만나는 방법도 몰랐다. 지방에서 자라기도 했고.


- 웡가 : 아무래도 예술 쪽은 다른 일반 학교랑은 다르게 더 어려운 장르이지 않은가. 일반적인 길과는 다른 길인데, 부모님과 부딪치거나 환경과 부딪치는 것들은 없었는지 궁금하다.


- 허성 : 보통 대학 갈 때, 부모님과 의절하면서 가는 경우도 있다.


- 문문 : 부모도 길들이기 나름이다. 어릴 때부터 나는 여기에 계속 관심이 있다는 걸 보이면 부모님도 분산투자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될 거다.


- 웡가 : 내 부모님은 지지해주시는 편이다. 그게 오히려 나에게 부담이 되기도 한다. 부모님이 책을 만들고 있는데, 삽화 그리는 일을 내가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기도 한다. 나는 그게 부담스럽기도 했다.


- 문문 : 우리 팀 부모님들의 공통점은 반대는 하지 않고, 관심은 가지고 있지만, 싫다 좋다 말을 해주지 않는다는 거다. 공통으로 해주시는 말은 그래도 보험은 들어 놔라정도다.


- 웡가 : 그렇게 부모님이 알려주시는 길을 따라서 가다보니까 내가 정말 그림을 그리고 싶어서 그러는 건지알 수 없을 때가 있다.


- 문문 : 이상하게 대안학교에서 만난 친구들이 이게 정말 내가 원해서 한 선택인지, 원하는 길인지 모르겠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더라.


- 서현 : 나는 그런 것보다는 내가 좋아하기 때문에 시작했는데, ‘너는 음악하는 애라고 주변에서 이야기를 하니 계속 질문을 던지게 된다.


- 문문 : 우리는 환경 자체가 부모님들이 그런 사람도 아니고, 형제 중에도 그런 사람이 없다. 환경이 제대로 갖추어진 상태는 아니었는데, 나는 내가 지금 하는, 하려는 그런 게 다 너무 좋았다.


- 김수진 : 우리 오빠는 영화한다.


- 전강희 : 내가 하는 것도 전통적 연극은 아니다. 텍스트 없이 서로 만드는 과정이 더 긴 작업들이다. 가족들한테 내가 하는 걸 설명할 수 없었다. 가족들은 내가 연극을 하니까 그러면 넌 배우지, 라고 한다. 나는 드라마터그고, 비평도 한다. 그걸 이해시키기가 어렵다. ‘나는 배우가 아니야로 출발을 하는데, 3355의 작업도 특이하지 않나. 지금 하고 있는 작업에 대해 누군가에게 설명할 때 어떻게 설명하는지도 궁금하다.


- 문문 : 가족이라든지 누군가에게 설명할 때는 서로의 포지션을 얘기한다. 얘는 뭐하고, 뭐하고, 이렇게. 그런데 그건 각자가 진행하고 있는 구체적인 장르나 표현방법에 대한 설명이 아니라 우리가 하는 건 공연 같은 것이라는 식으로 큰 주제만 전달하는 방식이다. 자세하고 깊숙이 설명할 수가 없으니, 부모님도 더 물어보시지 않는다. 그런 이야기를 하면 관객들은 돈 내고 오니?’ 이런 식으로 한 번 더 물어보시는 정도다. 한 번 공연 보는데 25,000원이면 비싸구나, 이런 느낌이시다. 같이 모여서 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길게 설명 드리지 않고, 각자의 포지션을 이야기해준다. ‘퍼포먼스라는 단어도 잘 쓰지 않는다.

 

- 전강희 : ‘망명바다라는 제목은 어떻게 생각하게 됐나? 테이크아웃드로잉에서 처음 알게 됐고, 포스터를 보자마자 테이크아웃드로잉의 상황과 바다가 너무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다. ‘망명바다라는 제목과 테이크아웃드로잉의 장소를 들었을 때, 이들이 어떤 작업을 하는 집단인가, 그런 걸 미루어 알 수 있었다.

 

- 문문 : 처음에는 연대 앞에 곧 없어질 지하도에서 작업을 했었다. 거기서 지하도 바다라는 이름을 만들었고, 이야기했다. 테이크아웃드로잉에서 작업할 때는 그곳이 곧 망명지라는 생각을 했다. 지난번에는 지하도 바다, 이번에는 망명지. 옥바라지 골목에서 했으면 골목 바다라고 했을 거다. 서울월드컵경기장은 상암 피바다이런 느낌이다. 경기장에서는 우리의 존재가 너무 드러나지 않는 방향으로 무언가를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. 다들 망명바다 이야기를 하면 슬픈 표정을 하다가 작품을 보고 나면 다들 좋다고 이야기하더라.

 

- 허성 : 많은 고민을 하고 지은 이름은 아니다. 테이크아웃드로잉에서 대망명 프로젝트진행할 때, ‘망명바다라고 자연스럽게 이어진 이름이다.

 

- 은석 : 우리가 막 함께 활동을 시작했을 때, 처음에 영덕 바다에 갔었다. 갔을 때, 물 위에 뭔가가 떠 있고, 어디로 갈지 모르고, 살아있고, 이런 느낌을 ‘-바다로 기록을 해뒀던 거다. 테이크아웃드로잉이나 옥바라지도 마찬가지로 정착하지 못하고 부유하고 있지 않나. 그런 느낌을 즉각적으로 적용했다.


- 문문 : 연대 앞 지하도도 곧 없어질 공간이다. 곧 없어질 그 공간을 영덕바다의 느낌과 연결시키고 싶었다. 서울월드컵경기장도 우리에게 환대의 장소는 아니다. 축구경기가 있으면 적재물품을 싹 비워줘야 하는 공간이지 않은가. 사람 자체로서도, 예술가로서도 숨 쉴 수 있는 공간이 그리 많지 않다. 그런데 예술가들은 악착같이 그런 공간을 찾아내 열지 않나. 프린지가 경기장을 찾아내 공간을 열었듯이. 나는 그런 게 너무 좋은 거다.

 

- 전강희 : 나중에 ‘-바다시리즈가 모이면 그걸로 다른 작품을 만들어도 좋겠다.


- 문문 : 기록 작업을 꾸준히 하고 있다. 나중에 그걸 두고 허성 감독님이 영상 작업을, 사진 찍는 친구가 스틸 같이 만들자는 이야기도 했다. 그건 그들이 주체적으로 할 예정이다.


- 전강희 : 굉장히 긴 작업을 하는 거 아닌가? 이건 삶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 작업인 것 같다.

 

- 문문 : ‘망명이라는 말이, 서울에서라면 길어질 수밖에 없다.

 

- 전강희 : 서울에서 산다는 게 결국 늘 망명 상태에서 사는 거 아닌가.


- 허성 : 큰 그림을 그리고 시작한 건 아닌데, 이런 방향으로 시작했다보니 계속 이런 방향으로 가게 되더라.


- 전강희 : 이건 내 이야기인데, 얼마 전에 내가 지금 함께 작업하고 있는 극단 크리에이티브 바키와 세월호에 대한 작업을 했다. 세월호 미수습자에 대한 피켓팅도 같이 시작했다. 겨울에 시작한 것이 여름이 된 이후에도 계속 하게 됐는데, 결국은 그게 삶이 되어버리더라. 발을 뺄 수 없는. 창작집단 3355가 만들어진 이야기를 들으면서 비슷한 지점을 많이 느꼈다. 발을 뺄 수 없이 계속 같이 가야 한다는 의미에서 결코 쉽지 않겠다고 생각했다.


- 문문 : 그런 취향들이 있는 듯하다. 그것이 엄청난 정의감이나 신념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. 그냥 자기 마음이 그쪽으로 가는 사람이 있는 거고, 꼭 그 주제로 작품을 하지 않더라도, 그게 꼭 그 작품의 주제가 될 필요는 없지만 내 몸과 마음이 그쪽으로 가 있다는 게 중요하다.


- 전강희 : 세월호를 주제로 작품을 만들 때에 우리의 가장 큰 고민은 유가족 분들을 인터뷰한 내용을 무대 위에 올리는 것이었기 때문에 배우가 내가 착한 척 하나에 대한 스트레스가 엄청났다. 나중에는 어떤 지점에서 거기에 가닿으려는 노력을 보여주는 것이구나이런 합의지점이 생겼다. 사회적인 문제가 있는 현장에서 비롯된 작업들을 많이 하고 있는데, 그런 이야기들을 작품으로 만들 때의 고민들은 없나?


- 문문 : 현장에 가는 사람들이니까, 어떤 것을 보고 그것을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 가는 사람들이니까. 현장에서 퍼포먼스를 하지는 않는다. 현장에서 우리가 작업했던 걸 상영하는 게 분위기랑 맞지 않다. 그런 선동성을 가진 작품은 아니다. 난리가 난 현장에서 상영하는 것이 적합하지는 않지만, 그 난리가 난 현장에 가고, 몸이 거기 있고, 그런 마음의 온도를 늘 유지하는 것, 내 마음을 분노로 채우지 않고, 마음이 미움으로 가득 차는 것으로 유지하고 싶지 않은 것, 특정 사람들에게 치솟는 미움을 비우고 싶고, 그것에 좀 먹히지 않으려고 애쓰는 게 있다. 우린 그냥 그 현장에 몸과 마음이 가 있는 사람들인 거다.


- 전강희 : 작품 속에서 시를 읽고 그걸 해석해서 무용을 하지 않나. 해석의 출발점이 어디인지 궁금하다. 몸을 쓰는 사람이 해석하는 문자가 어떤 것일지 궁금하다. 문자()를 읽고 몸으로 표현해내는 것 아닌가.


- 수진 : 움직임을 만들 때, 텍스트의 뜻을 단순히 형상화하는 것에서 출발하진 않는다. ‘관계를 계속 생각한다. 신체와 신체 사이의 관계. 내 신체가 그와(문자와)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에 집중한다. 문자를 움직임으로 옮긴다, 보다는 그걸 읽고 그 안에 있는 어떤 느낌이나 관계 같은 것을 신체 사이사이로 옮겨 넣거나 풀어 넣는 것 같은, 그런 공식으로 안무를 한다.


- 전강희 : 수진 씨에게는 한국무용과 현대무용이 같이 있어서 그게 어떻게 표현될지 궁금했다.

 

- 문문 : 이번 작업에서도 그 두 가지가 같이 있는데, 둘 다 똑같은 무언가가 있다. 언어로 설명하지는 못했는데, 보고 있을 때 내가 느끼는 감정이 그렇다. 갈래는 다르지만, 궁극적으로 표현하는 방식에서 공통되는 어떤 지점이 있다. 어떤 것을 전공했느냐, 이런 게 아니라 안무가가 무엇을 생각하느냐, 가 가장 중요한 것 같다. 그러니까 우리가 지금 여기 같이 있는 것이다. 비슷한 인간들이 모여 함께 놀고 있는 거다.


- 전강희 : 지금까지 영상 상영을 많이 하지 않았나. 그중에 상영을 했을 때 인상적인 장소가 있었나?

 

- 은석 : 세팅이 잘 된 장소보다는, 시끄럽고 사람이 적고 난감한데 대화가 흐를수록 집중되는 순간이 많은 장소가 가장 좋다. 그 상황이라는 것에 가장 집중할 수 있는 현장을 관객 스스로가 직접 목격하는 것이다. 몇 명이 되었든. 그 집중되는 순간이 제가 느끼기에는 상영할 때 가장 좋은 것 같다. 구체적 장소로 이야기하면 도로 앞, 길거리같은 곳이다. 좁아서 자리를 채울 수 없고, 영화가 끝날 때는 집중했던 장면에 대한 질문이 나오는, 아무리 좋은 음향시스템으로도 설명하거나 채울 수 없는 감정이 흘러나오는 장소들이 그런 곳이다. 그런 곳은 설명할 수 없다. 좋은 장소에서 좋은 퀄리티로 빠르게 상영했다가 곧 잊히는 것과는 또 다른 쾌감이 있다. 관계에서 오는 순간의 온도들은 기억에 오래 남는다.


- 문문 : 허성은 어디서 틀었을 때 인상적이었나?


- 허성 : 얼마 전에 분쟁이 있었던 삼통치킨이 인상적이었다. 내겐 기본적으로 분쟁현장 자체가 인상적인 장소인 것 같다. 삼통치킨 분쟁현장을 촬영했던 내용을 강제집행 이후부터 계속 틀기 시작했다. 하루는 비가 오는 날에 홍대 걷고싶은거리에서 그때 촬영했던 삼통치킨 강제집행 영상을 튼 적이 있었다. 길을 가던 사람들 수십 명이 서서 그 영상을 보더라. 친구랑 손잡고 가다가 보고. 그때 되게 좋았다. 무언가를 상영하면서 제일 감정을 느꼈던 순간이었다.

 

- 문문 : 그때 우리가 생각했던 게 긴급영화였다. 주류영화에 있는 언어는 아니고, 우리 나름대로 영상과 자막을 넣어서 게릴라 상영처럼 했었다.


- 전강희 : 관객이 다른 감각을 가지고 볼 수 있는 공연인 것 같다. 단순 상영이 아닌.


- 문문 : 현수막 위에도 틀고, 거리에서 상영하다가 비가 와도 중간에 끊지 않고 우산 쓴 채로 보고, 누가 길 가다 질문 던지면 대답도 하고 대화도 하면서 상영하니까.


- 은석 : 극장 안은 수동적 상영이다. 반면에 우리는 볼 때마다 영상이 달라지고, 보는 사람도 달라지는 느낌을 같이 가져간다. 적극적인 관람방식이다.


- 전강희 : 소음 속에서 듣기 위해 노력하게 되겠다. 이런 걸 원하는 덕후 관객도 있을 것 같다.


- 문문 : 매번 오지는 않더라도 원래 독립영화에 관심 없고 영화 자체는 관심 없었는데, ‘삼삼오오 영화제한다고 하면 동네 주민이신데 서대문구 사시는 분이 용산까지 오는 경우도 있었다.


- 전강희 : 그분이 뭔가 살아있다는 걸 느낀 게 아닐까?


- 문문 : 재미있다는 걸 느끼신 것 같다.

 

- 은석 : 야외 말고 동네 사랑방에서 할 때도 있으니 그런 것 때문이기도 한 것 같다.


- 전강희 : 새로운 관객 개발 아닐까.


- 문문 : 오늘 다양한 관객 두 명 발견했다. 응암동 주민.


- 세연 : 문문의 작업 궁금하다. 보통 공연예술 장르에서 문학이라는 게 구체적으로 드러나거나 표현되기 어려운 부분이 있지 않은가. 어떻게 글을 쓰고 표현을 하게 되었는지 듣고 싶다.


- 문문 : 문학은, 시나 소설은 관객이나 독자를 만나기 어려운 장르이다. 나는 오랫동안 시를 쓰면서 고립되어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. 시는 쓰는 사람들끼리만 만난다. 그런 과에 가서 시 쓰는 사람들 만나고, 그러다가 뭔가 좀 더 만나고 싶다이런 생각을 가지게 됐다. 잘 팔리거나 내 시를 많이 읽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것이 아니라, 그냥 친구들에게 가족들에게 읽어주고 싶었다. 그러다 몇 년 전부터 내가 예술제 기획자로 일하면서 여러 장르의 작업자들을 만나게 되었다. 그러면서 나도 여러 작업들에 많이 노출이 되었다. 그리고 왜 내가 이 친구들과 같이 작업할 생각을 못했을까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. 나는 말로는 다양한 시도가 필요해, 독자를 발명해, 하면서 실제 내 작품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. 예를 들어 대안상영을 부르짖는 감독이 매일 영화제에서만 상영해, 이런 게 좀 이상하다고 느꼈다. 그러면서 정신을 차리고 다른 방식을 찾기 시작한 것 같다. 사람이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어가더라.

 

- 은석 : 처음에 망명바다 할 때는 텍스트가 없었다. 그러다 문문이 함께하게 되면서 영상-텍스트가 관객들의 몸에 투영되기 시작했다. 그건 단순 텍스트 낭독과는 다른 느낌이 있었다. 실제 공간에서는 누군가의 등에, 어깨에 텍스트가 있을 때의 생동감이 있었다. 그런 작업은 영상작업자로서도 무척 흥미롭고 좋았다.


- 문문 : 서로 짜고 하는 것이 아니라, 즉흥적으로 관객들에게 자신의 몸에 투영된 텍스트를 읽도록 시키기도 했다.


- 은석 : 관객들의 참여방식이 매번 바뀌는 식으로 구성해 자기 몸에 비춰졌던 시를 관객이 읽거나 가져가거나 했다.


- 문문 : 시각화되는 과정에서 영상 작업하는 사람이 좋아했고, 무용하는 친구도 다른 방식으로 좋아했다. 각자 다른 방식으로 읽고 얘기 나누는 등 다른 방식으로 좋아하더라. 각자 작업자들이 집중되어있고 관심을 가지고 있는 관점과 근육이 다른 것 같더라.


- 전강희 : 무용이 몸으로 표현을 해내는 건데, 텍스트가 또 관객에게 몸으로 닿는 방식이 있으니 창작집단 3355의 작업은 레이어가 굉장히 다양해서 좋은 것 같다. 관람방식도 몸이 중요하고, 영상이고, 사면이지만, 결국 계속 이야기되는 게 인 것 같아서, 그게 결국 공연 아닌가. 3355의 작업이 단순 영상 상영으로 이루어지는 작업과는 다르다는 생각이 있었다.


- 문문 : 우리의 주인공은 공간우리의 몸인 것 같다. 우리가 몸에 갇혀 있지 않나. 공간이나 장소에 대한 고민들을 많이 한다. 이 불쌍한 몸, 우리 몸, 그런 생각. 머릿속에 있는 생각이 몸에 갇혀서 나오지 않지 않나. 생각이 몸에 닿으면 서로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으면 좋겠다. 어려운 일 같다. 그럴 때는 가만히 쳐다보고 있는 게 가장 좋을 때도 있다.

 

- 서현 : 홀로그램이 있지 않나. 홀로그램 회의나 만남은.


- 전강희 : 최근에 AR, VR을 만들어보자 했는데, 관련된 프로젝트에 신청한 예술가 그룹이 우리(크리에이티브 바키)밖에 없었다. 결국에는 수출할 수 있는, 관광 상품이 될 수 있는 콘텐츠를 갖고 있는 팀이 뽑혔다. 그 프로젝트에 신청하게 되면서 신세계를 경험했다. 이런 곳에서 예술가가 경쟁했을 때 살아남을 수 없겠구나. 우리가 생각하는 건 기계와 인간의 몸이 만나서 뭔가 새로운 걸 일으키는 거였는데, 심사위원들이나 주최기관은 그걸 못 보고 안 보는 것 같더라. 좀 다른 룰이구나,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. 대처방안을 생각해야겠다, 이들의 놀이판에 내가 갈 수는 없지만 이렇게 잠식당해서는 안 되겠다, 이런 생각을 했다.

- 문문 : 예술가의 자립, 중요한 것 같다. 먹고사니즘에 빠져서 함몰되고 싶지 않기에. 그러려면 자립, 내가 하고 싶은 기조가 확실하고, 관계망이 튼튼해야 하고, 나 자신부터 먼저 삶의 방식을 바꿔야 한다.


- 은석 : 삼성의 키워드에도 자립과 공존이 있더라.


- 문문 : 프린지도 자립이 중요하지 않나. 프린지는 너무 중요해.


- 전강희 : 19년이 되었고, 마포구에서 계속 이렇게 꾸준히 이어오지 않았나.


- 문문 : 프린지 정말 대단한 것 같다! 온갖 상황에서의 조율도 그렇고, 여기까지 온 것도 그렇고. 자기 색깔을 잃지 않으면서 상암으로 파고든 것도 무척 좋다.


- 전강희 : 문제도 없을 수 없지만, 끌고 가는 것 자체가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.

- 문문 : 우리 살아서 버텨야 돼. 나는 40대고 60대고 계속 작업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. 교수님, 선생님 하지 말고.


- 전강희 : 은유적인, 즐거운 망명을 하게 되는 시기가 왔으면 좋겠다. 진짜 망명 말고.


- 서현 : 공간 보고, 동선 파악하고, 자유롭게 음악 들리고, 몸동작을 하는데, 거기에 몰입되고 빠지고 눈물이 나고, 삶의 바닥을 보면서, 그런 거를 내 거로 계속 표현하고 있는 게, 내가 살아가는 숨, 내가 내 삶의 생명력, 이런 걸 불어넣어주고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. 예술 하면서 살아있다는 걸 느낀다는 게 이런 거 아닐까. 예술하거나 사는 게 전혀 꽃길이 아니다, 라고 강조를 해주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았지만, 나는 이런 작업들과 이런 작업을 지속해나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계속 배우고 있는 것 같다. 그리고 3355가 굉장히 다양한 분야의 예술인들이 모여 함께 한다는 것 자체가 인상적이었다. 그래서 더 좋았다. 그게 합쳐지면서도 동시에 떨어져 있는 게 너무 재밌고, 너무 한 분야에만 치우치는 게 아니라 다양한 분야를 보여줄 수 있는, 그런 공동의 시도들이 정말 좋았다.

 

 

 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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